2009/12/22 14:28

글쓰기의 주간 NOTE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문장들이 안에서부터 슈루룩 밀려나올 때가 있다. 그 시기에 바람만 잘 맞추면 높은 돛을 단 범선처럼 스르륵 쾌속하게 활자의 바다를 헤엄쳐 나갈 수 있고 그때 쏟아지는 문장들은 잘 구운 식빵 위에서 사르륵 녹아 내리는 버터조각처럼 달고 진하고 농밀하고 향기롭다.  글쓰기의 주간에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직 텍스트만 읽고 텍스트만 배출하는, 그야말로 활자로 굳어진 땅 속을 헤집고 다니는 지렁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그 순간 누가 나의 몸뚱아리 한 부분을 탁 하고 잘라낸다고 해도 죽지 않고 다시 꾸물꾸물, 새로운 꼬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이다.
나를 글쓰기의 주간으로 이끄는 많은 영감들, 이를테면
너무 파랗고 시려서 얼음 냄새가 나는 겨울 하늘과,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음에도 전혀 활기차 보이지 않는 친구,
매일 오후 두 시 반에 거리를 걸어서 혼자 퇴근하는 동료,
잘 다린 침대시트 위에서 헤적거리며 주름을 만드는 일,
혼자 마시는 차고 시원한 맥주 같은 것들은 얼마간의 텀을 두고 찾아온다. 나는 내 인생을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애인이나 친구를 놓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말보다 글로 표시하고 싶다. 좀 더 직접적이고 정확한 표현 대신, 엉큼하고 두루뭉술하고 꿍꿍이로 가득찬 표시 몇개만 덜렁 남긴 채로 영원히 나 스스로 혼자이고 싶다.

2009/12/12 02:29

[아바타-Imax-3D] +관람기 NOTE

개봉날 아이맥스 3D로 예매를 마치고,
이걸 누구에게 자랑하나 고민하는 중.






플러스 감상기.
17일 오후 1시, 광주 CGV 아이맥스관에서 관람.
특수효과가 아무리 제대로여도, 3D 기술이 눈부셔도, 도대체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영화를 끝내버리는건 뭥미?
더 이상 쓰면 스포가 될 것 같고. 정말 스토리가 갈수록 맥이 빠지더랬다.
앞으로 이 영화를 보려고 마음먹은 분들은 꼭 3D로 보시길. 이 영화는 내용도, 캐릭터도 주인공이 아닙니다. 판도라라는 행성의 광경이 주인공이예요. 아이맥스 3D로도 보고 일반 스크린에서도 관람했는데 일반 스크린에서는 무슨 게임 캐릭 돌리는 것마냥 맥이 빠지더군요. 하여튼 평론가들이 왜 그렇게 극찬하면서 별 다섯개를 주는지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어쨌든 만드는 사람들 공력이 대단히 느껴졌던 것은 사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잖아요.

2009/12/09 19:16

나 이뻐? NOTE


"나 이뻐?"
나는 가끔, 세상 모든 여자들로부터 영원히 끊이지 않을 바로 그 질문, 단 세 글자로 이루어졌음에도 무한히 해석 가능한 깊이가 있는 바로 이 질문, 안면 골격과 피부 등과 관련된 생물학적 수사로부터 시작해서 두 사람 사이의 일차적 관계에 대한 정의내림, 심지어 우주 존재론적 회의에까지 답이 맞닿아있는 바로 이 질문을 던지곤 한다.
사실 이 질문은 지극히 사치스럽다는 걸 질문자는 잘 알고 있지만 어찌되었든간에, 사랑받는 여자가 이런 사치를 부릴 수 있는 법이다. 당연히 답은 딱 한가지로 귀결되어야 하고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원히 한가지여야만 한다. 틀린 답 얘기하는 사람 때려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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